한시는 정경의 교융을 추구하는데 이는 시인의 흥취, 즉 시의 대상과 합일을 추구하거나 감정이입을 통해서 감각을 드러낸다. 시로써 뜻을 말하기 때문에 시인의 성정이 반영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절제되고 여운이 있는 시는 의경의 편폭이 크고 넓은데 비해 그 의미파악이 용이하지 않고 다양한 제재를 통한 경물의 묘사는 시인의 정감이 쉽게 드러나…
중국 문학 속의 인물들이 고향과 인간이라는 주제를 통해 펼쳐놓은 각자의 인생과 문학작품을 살펴보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다. 고향은 인간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수축과 소멸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이런 점에서 고향을 주제로 삼는 문학은 중국 문학에서 하나의 큰 주제를 형성한다.우리는 모빌리티가 주도하는 고향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근대 사회의 거대한 변화…
영화와 기차는 근대의 산물로서, 특히 영화는 태생적으로 기차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산업혁명의 비약적 성과를 이끈 대표적인 것이 증기기관과 기차이며, 최초로 공개된 영화 <치오타 역의 기차의 도착 L'Arriveé d'un train à la Ciotat>은 그러한 기차를 다룬 것이었다. 19세기에 등장한 기차가 시간과 공간을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꿔놓았고, 그로 인해 인간들의 …
매체의 발전에 따른 모빌리티의 증가는 문화적, 지적 창작물들에 대한 전 지구적 확장을 가져왔으며, 로컬리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지니도록 요구한다. 인구나 상품 등의 유형적인 것 뿐만 아니라 지식, 정보, 문화예술 컨텐츠 등의 비물질적 것의 전 지구적 이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로컬리티는 그와 같은 이동성이 발생하고 있는 구체적 토대이자 현장의 의미…
이 책 <지역 원도심에서 발견한 배움>은 원도심 활동 기록에 해당한다. 어떤 기록인가? 원도심 배움 공동체의 가능성과 과제를 탐구한 기록이다. 왜 하필 원도심인가? 여기에는 설명이 필요하다.필자는 대구 원도심, 더 정확히 말해 북성로 수제화 골목에 인문학 커뮤니티 북성로대학을 2018년 가을에 개관했다. 이를 계기로 필자는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인문학 연구자, NGO 활…
도쿄를 설명하는 말은 실로 다양하다. 일본의 수도, 세계적인 경제 도시,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관광도시, 첨단과 전통이 어우러진 도시, 기타 등등. 그런데 이런 백과사전식 설명 말고 우리 각자의 마음 속 도쿄는 어떤 곳일까? 2019년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소 지원 사업으로 한중일 연구자들이 모여 도시 인문학 탐구를 해 보자는 시도는 이러한 소박한 동기에서 시작되었다. 첫…
서양의 학문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이후 모든 학문의 기본 도구인 논리학이 우리에게는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중국의 한 철학자는 현미경이 없던 중국에 현미경이 전래되어 작은 세균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처럼 서양의 논리학을 도입하여 중국철학을 합리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많은 동양철학자가 서양의 논리학이나 학설을 도입하여 동양철학을 해…
‘인류세 식탁’은 팬데믹 식탁이다. 저서 작업 과정에 발생하여 출간되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진행형인 코로나19는 현 우리의 푸드 웨이 모습과 문제점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주었다. 코로나19가 우한의 한 전통시장에서 식용으로 거래되는 산 야생동물에서 기원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의 식습관과 팬데믹 발생의 상관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사실, 20세기 후반 이후 …
경계는 늘 아슬아슬합니다.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가지 못하는 서성거림은 늘 경계인의 몫입니다. 경계 사이를 오가며 설 자리를 찾아보려 하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경계인의 시선은 애초에 닿을 수 없는 그 너머에 향해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 경계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20년을 베이징에 살면서 나 역시 경계인이 되어버렸는지 모릅니다. 고군분투하…
어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한 가지는 한국이 너무 풍요롭고 잘 살아서 놀랐고 또 한 가지는 한국인들이 한국이 얼마나 잘사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했다. 역설적이지만 이 말은 현재 대한민국의 단면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계란 한 개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던 시절은 채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