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 책은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연구자인 타오둥펑(陶东风)이 허레이(和磊), 허위가오(贺玉高)와 함께 2016년에 출판한 『当代中国的文化研究(约1990~2010)』을 번역한 것이다.
최근 한국 중국학 분야에서 중국 문화연구에 대한 교학과 연구의 수요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비중이 매우 컸으나, 오늘날에는 그 비중이 많이 축소되고, 대신 ‘문화연구’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대학의 중문과(및 중국관련 학과)에서 중국의 문화연구를 다루는 수업이 개설되어 있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다수가 문화연구 전공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중국의 문화연구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체계적인 교재가 부재한 것 또한 사실이다.
타오둥펑의 『오늘날 중국의 문화연구』는 이러한 문화연구 교재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1990년부터 시작하여 2010년대까지의 시기에 걸쳐, 현대 중국의 문화연구 현황을 소개하고 분석하며, 특히 중국에서 문화연구가 등장하게 된 배경부터 시작하여 그 전개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어 중국 대륙이 아닌 해외 중국학 연구자들이 중국 문화연구에 접근할 때 매우 유용한 입문서로 기능하고 있다.
세기가 바뀌면서 중국 경제는 급속하게 발전하였다. 소비주의 사상이 세상에 만연하였으며, 사회에는 향락주의, 실리주의, 냉소주의, 인스턴트주의(이것은 내가 만들어낸 용어로, 미래에도 무관심하고 역사에도 무관심한 문화적 태도와 생활방식을 말한다)가 유행했다. 동시에 사람들의 정치적 열정이 식고, 시민의식이 약화된 반면, 오락에 대한 열기는 고조되었다. 물론 이전에는 이런 사회현상이나 문화사조가 없었다는 말이 아니다. 세기가 바뀌면서 이런 것들이 더욱 강하게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문화연구는 또다시 변화에 직면했다.
바로 이 시기에 나는 하비 등의 포스트 전체주의 이론을 접하게 되었다. 하비 등의 연구에 따르면 포스트 전체주의 사회의 큰 특징은 소비주의와 전체주의의 결합이다. 대중은 물질적 소비와 감각적 오락에 탐닉하게 되고, 이쪽으로 전례없이 자유가 확장된다. “노래하고 싶으면 노래하고”, “내 구역에서는 내가 주인”이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공공참여에 대한 열의도 없고, 시민의 권리에도 무관심하다. 한편으로는 회의주의가 유행하여 모든 것을 불신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실리주의를 신봉하여 현실적인 이익만 있으면 무엇이든 하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이데올로기의 빈말과 거짓을 불신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회의정신을 허무주의, 냉소주의라고 몰아붙이면서, 심지어는 현실을 변화시킬 가능성마저 의심하였다. 여기에서는 개괄적으로 정리하였지만, 이러한 포스트 전체주의 현상은 도처에서 보였다.
포스트 전체주의 사회는 대중문화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표현을 드러내며, 나름의 문화 형태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대화(大話)문학과 현환(玄幻)문학이다. 나는 대화문학이 포스트 전체주의 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독특한 정신 상태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강한 회의 정신과 권위에 대한 급진적인 부정을 보이는데, 이는 고전에 대한 패러디의 형태로 구체화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되는대로 살아가고, 긍정적인 이상 없이 만사에 조롱적인 모습을 보인다. 현환문학은 가벼움만 추구하며 무거운 주제는 회피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들은 현실에는 관심이 없고 역사적 감각도 부족하며, 게임과 같은 가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 세계는 과거도 미래도 없는 진공 상태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