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에서의 한흑갈등, 한인의 시민단체와 정치활동, 그리고 한인 1세와 2세에 대한 현장조사를 박사과정에서부터 지난 40년간 계속해 왔던 전북대 이정덕 교수와 UCLA 박계영 교수가 미국 한인사회의 총체적인 변화를 정리하고 분석한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그동안 재미한인과 관련된 학자들이 한인 1세나 2세들을 따로 연구해왔고 또한 이들의 개별적인 특징에 주목해왔던 점을 넘어서서, 미국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사회관계인 인종갈등과 차별의 맥락에서 1세에서 2세를 연속선상에서의 적응과정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한인들을 미국사회 속에서 차별당하며 삶을 헤쳐나가는 철저히 미국사회의 일원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재미한인들의 삶과 인종갈등을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한인들이 변해가는지를 보다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원래 미국은 심각한 인종차별로 백인과 흑인의 두 개의 나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분열된 국가이다. 그러나 미국이 1965년부터 이민 문호를 개방하면서 점차 라티노(히스패닉)와 아시안의 이민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훨씬 복잡한 인종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아시아계는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닌 제3의 인종으로 규정되었고,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수많은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삶을 개척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인들은 아시아계로 미국사회에 편입되어 삶을 헤쳐오면서 점차 아시아계라는 정체성을 크게 강화하여 시민단체활동과 정치활동을 강화하여 미국사회의 인종차별에 대응하고 있다. 이 책은 한인사회가 한국에서 태어난 이민자 1세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2세로 바뀌면서 이들의 삶과 인종관계가 왜 어떻게 변하였고, 인종차별과 인종갈등이 어떻게 나타나고, 이러한 인종차별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한인과 미국사회를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지를 분석하였다. 이 책의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부는 한인의 이민과 상업민족화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1장에서는 한인의 미국으로의 이민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1965년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의 37배였으며 1980년도에는 8배였다. 이때가 가장 왕성하게 미국으로의 이민을 가고자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1990년대에 들어 소득 차이가 3배로 좁혀들자 이민자 수도 크게 줄었고 대신 미국유학을 갔던 유학생들이 미국에 취업하여 신분 변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2장에서는 초기 한인 이민자들이 어떻게 상업에 집중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영어도 잘못하고 돈도 부족하기 때문에 적은 자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흑인빈민촌의 상인으로 대거 진출하면서 미국 최고의 상업민족이 되었다. 부지런함과 억척스러움으로 상업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2부는 이러한 상업적 성공이 미국의 맥락에서 어떻게 인종갈등으로 비화되는 과정과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원래 흑인빈민촌은 절도, 강도, 살인의 위험 때문에 주로 이를 감수하는 이민자들이 상인으로 진출하던 곳이다. 3장에서는 한인 이전에 유태인 또는 백인 이민자들이 어떻게 흑인빈민촌의 상업을 주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경찰과 상인들의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으로 흑인들이 어떻게 폭동을 일으키고 유태인 등의 상가를 방화해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4장에서는 한인이 어떻게 흑인빈민촌에 진출하면서 주도적인 상인이 되었는지를, 5장에서는 LA 흑인동네에서 그리고 6장에서는 뉴욕 흑인동네에서 백인사회에 대한 불만과 한인상인들에 대한 불만이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불만이 어떻게 폭동으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인종갈등과 폭동은 1990년대 초 폭동이나 살인과 같은 극심한 형태로 나타났지만 2000년대부터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7장에서는 왜 한흑갈등이 사라지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유태상인들과 마찬가지로 자녀들이 좋은 교육을 받아 주류 직장으로 진출하면서 빈민촌의 상업을 포기하였고 1세도 은퇴하면서 가게를 타인종이나 타민족에게 넘겨 한인이 상업에서 대거 철수하면서 나타난 점에 주목하였다.
3부는 2세들이 주류직장으로 진출하고 어떻게 백인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하는지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인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8장은 2세들이 학교에 가서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충격을 받으며 자신을 백인으로 낳아주지 않은 부모를 원망하나 점차 한인과 아시아계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모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공부를 열심히 하여 백인의 4배 정도의 확률로 명문대에 합격하여 백인들보다 높은 비율로 전문직과 관리직으로 취직하게 된다. 9장은 주류직장에서도 백인에 의한 다양한 인종차별이 나타나, 더 능력도 있고 더 성과가 좋아도, 임금에서도 상층부 진입에서도 백인들에게 밀리게 되는 현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불만이 한인과 아시아계에 널리 퍼져 있으며, 백인들의 인종차별을 따져도 보고 소송도 해보지만 잘 해결되지 않는다. 10장에서는 다양한 인종차별에 대응하기 위하여 2세들이 적극 참여하는 시민단체나 민권단체가 크게 늘어나고 한인의 힘을 키우기 위해 유권자 등록, 정치참여, 인종차별 항의를 적극적으로 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1장에서는 한인의 힘을 키우기 위해 직접적으로 정치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원의원, 주의원, 시의원, 교육위원, 커뮤니티보드위원 등의 선거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상대 후보가 한인 후보를 낯선 이방인으로 강하게 몰아붙이며 인종차별적 선거운동을 하는 경향을 보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인 유권자와 아시아계 유권자를 기반으로 점차 정치적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12장은 한인 최초로 시장과 시의회를 동시에 장악한 뉴저지의 팰리세이드파크를 사례로 어떻게 기존의 주류 백인지배층으로부터 인종차별을 겪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면서 시장과 시의회를 장악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4부는 위의 내용을 분석한 결론이다. 13장에서 이러한 인종갈등과 극복과정을 통해 한인들이 어떻게 점차 한국계 미국인 더 나아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시키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14장에서는 인종차별로 점철된 한인 이민 1세와 2세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학자들이 이민자들과 2세를 미국사회에의 동화와 통합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그리고 분절적 편입으로 보는 것이 왜 더 타당한지를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