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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연가    
저자:박종무 지음
출판일월일:2023년 2월 11일
판형/면:신국판 / 360면
ISBN:979-11-6586-277-0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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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한 번쯤 자신의 도시에서 또 다른 도시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게 중엔 훌쩍이란 말뜻 그대로 목적지에 대한 아무 가늠도 없이 강을 이미 건너 버린 그런 이동도 있을 것입니다. 2006년의 제 쓰촨행(四川行)은 바로 그런 충동적 출발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떠나는 일에 더 없이 용감했던 것에 비해 이역에서의 저는 뜻밖에도 상당한 겁쟁이여서 그 만큼 힘든 나날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세월이 어느 정도 흘러서야 청두(成都)에서의 하루하루가 기쁨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 발견이 기뻐서 이만큼이라도 써 두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닿은 곳이 그 어느 곳이든 하나의 도시 안에는 당신의 생을 충분히 일깨우고도 남는 역사의 흔적과 정신의 지혜가 넘쳐나고 있겠지요. 제게 있어 쓰촨(四川)의 청두成都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 세월은 마치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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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꿈속에서 외할머니 댁에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넉넉히 맞아주시는 외할머니 덕분에 도암의 풍경은 늘 나의 마음의 고향으로 남아 있습니다. 꿈을 깬 뒤로도 한참을 나는 행복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런 고향을 다녀온 것은 요즘 마음에 두고 읽은 박종무님의 금강연가덕분입니다.

나는 청두는 잘 모릅니다. 어린 시절 감동으로 와 닿았던 유비 현덕, 관우, 장비 - 세 영웅의 도원결의가, 님이 부르는 금강연가의 허밍을 쫓아 어느 결엔지 청두도 나의 고향인 양 정겹게만 느껴집니다. 청두가 그렇게 아름답고, 떠난 뒤에도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 곳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40대 중반에 이역만리에서 어쩔 수 없이 느꼈을 당혹감이 청두의 금강 물결을 따라 환희의 노래로도 되었다 하니, 나도 언젠가 쓰촨의 금강에 꼭 한번 가보리라 다짐을 하게 됩니다. 금강연가는 청두라는 역사 오랜 대도시의 외피에만 머물지 않고, 그 땅에 살았던 사람들과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갑니다. 인간이라는 일점에서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중국 민중의 낙천성을 발견하여, 구슬을 엮듯이 아름다운 또 하나의 금강을 우리 앞에 펼쳐 놓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작가 자신의 현실 분투와 본연적으로 풍부한 시심, 그리고 미소 어린 시선이 한데 어울려 물결치고 있음에 찬탄합니다. 읽는 이의 마음을 어느새 잡아당겨 가 버리고 마는 마법이 그 안에 있습니다.

그렇게 님을 따라 청두 곳곳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청두는 나의 마음의 고향인 도암으로 화()해 갑니다.

한국인으로서 청두에 가본 이는 무수할 것이겠지만 금강연가에 취해 청두를 느끼는 이는 더욱 행운이겠지요. 그곳에 꼭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드는 금강연가는 어쩌면 아름다운 영혼의 운율이자 행복한 여행자의 음유시이라 할 것입니다.

-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김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