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는 늘 아슬아슬합니다.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가지 못하는 서성거림은 늘 경계인의 몫입니다. 경계 사이를 오가며 설 자리를 찾아보려 하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경계인의 시선은 애초에 닿을 수 없는 그 너머에 향해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런 경계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20년을 베이징에 살면서 나 역시 경계인이 되어버렸는지 모릅니다. 고군분투하는 한인들, 다문화 가정들, 조선족들, 중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 이처럼 베이징에 살고 있는 수많은 경계인들의 시선은 물결을 타넘듯 넘실대며 흘러가거나 흘러오거나 합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다른 경험을 가진 다른 집단으로 여기지요. 갈등을 극복해야 하는 것도 늘 그들의 몫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라 어디에도 소속될 수 있는 그런 존재들로 살아갈 준비를 합니다. 경계인들의 넘나드는 시선 속에 잠재된 유연함은 새로운 사회의 원동력이 될는지도 모릅니다. 부유하는 삶인 것 같지만, 고정되지 않았기에 다양한 경험을 품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그들만의 삶을 모색하면서 고투하는 경계인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샹그릴라 공항은 한국의 시골 기차역만큼 작고 평범했다. 공기도 강원도
내설악 산골짜기 소나무 향기가 난다. 대나무 참빗 사이로 빗질하듯 가슴에 스며드는 솔향, 나는 잠시 기절한 듯 정신을 잃었다.
-샹그릴라로의
시간 여행 中에서
나는 베이징이 묘하게 좋아졌다. 슬리퍼를 질질 끌어도 눈치 주는 시선
따위는 없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도 도시의 냄새가 모든 걸 덮어 버릴 것 같은 곳, 한국에서는 남과 다르다는 게 두려웠는데 이곳에선 달라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홈스테이
인 베이징 中에서
목구멍은 황사와 중국 특유의 냄새로 가득하다. 베이징 왕푸징 거리는
황금색 가루들이 함부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바람에 검정색 비닐봉지가 땅바닥에서 회오리를 치더니 흙먼지와
함께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베이징의
얼음사탕 차 中에서
구수한 낭 향이 스멀스멀 콧속으로 들어온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난 죽음의 문턱에서 삶의 빛을 본 사람인 양 냄새를 좇아 속력을 내고 있었다.
하얀 회족 모자를 쓴 회족 아저씨는 묵묵히 낭을 구워 내고 있었다.
-베이징, 마스크의 기억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