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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마을에서 본 국가    
저자:왕위에핑ㆍ장정아ㆍ안치영ㆍ녜빈 지음
출판일월일:2022년 5월 31일
판형/면:신국판 / 294면
ISBN:978-89-94138-80-0 9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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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 소장 장정아 교수와 안치영 교수가 중국 윈난(운남)대학과 함께 2년간 중국 국경지대의 소수민족 촌락에서 수행한 공동 현지조사에 기반한 연구성과이다.

 

*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이 연구소가 중국 연구기관과 오랫동안 만들어온 협력관계의 결과물임.

요즘처럼 반한반중 정서가 강해지고 있는 때에 서로에 대한 신뢰관계로 오랜 기간 공동 현지조사를 하고 함께 토론하며 집필한 책이라는 점

현지조사를 하기 어려운 국경지역 촌락에서 현지조사를 하여 평범한 소수민족의 눈으로 국경과 국가의 의미를 새롭게 제시한다는 점

국내에 이런 주제로 생생한 기층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 거의 없다는 점

 

* 이 책의 공동 필자인 장정아 교수와 안치영 교수는 이미 중국 저장대(절강대, 浙江大)와 함께 약 2년간 공동 현지조사를 통해 중국 촌락에서의 향촌재건운동을 연구하고 전통성과 향토성의 변화하는 의미를 고찰하여 경독(耕讀): 중국 촌락의 쇠퇴와 재건(2019, 인터북스) 책을 출간한 바 있다. 그 책은 특히 현지 정부와 촌민들과 지속적 토론을 통해 연구와 실천을 결합시킨 참여식 촌락 민족지(ethnography)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번 책 국경 마을에서 본 국가: 중국 윈난성 접경지역 촌락의 민족지는 장정아 교수와 안치영 교수가 중국 연구자들과 함께 중국 촌락에서 수행한 공동 조사연구의 두 번째 성과물이다. 이러한 연구성과들은 중국연구자 뿐 아니라 사회학, 인류학, 민속학, 농촌연구, 접경변경 연구 등 여러 분야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이 책은 중국과 베트남-라오스 국경 형성과정 그리고 국경에 걸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 문제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마을의 거버넌스, 접경지역 관리, 토지제도와 토지 관리, 마을의 정치적 권위와 합법성을 둘러싼 경합, 소수민족의 경제생활과 국경을 넘나드는 교류, 이들의 혼인망과 사회관계망, 종교와 민간신앙 등 광범한 주제를 다루며 국경과 국가를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리고 부록으로 중국 접경지역 관련 주요 조례도 첨부하여 관련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다.

 

 

 

* 중국 국경지대는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일대일로 건설에서 중국 서남지역은 중요한 전략 거점이다. 중국 서남 지역과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는 국경에 걸쳐 살고 있는 과계(跨界) 소수민족이 많이 있는데, 이들은 오래전부터 하나의 민족으로서 살아왔기 때문에 현재는 국경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문화적 유사성이 많아서 문화적 소통과 교류가 계속 이뤄져왔고 민족의 정체성도 강한 편이다.

 

* 우리는 이 책에서 국경이란 과연 무엇인가, 접경지대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 변민(변경지역 사람들)에게 국가와 국경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현대 국민국가는 경계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국경에 걸쳐 살아가는 과계(跨界)민족은 접경지역을 어떻게 역동적 공간으로 만들어내는가에 대해 탐구하려는 공통의 문제의식을 안고 중국과 라오스 접경지역의 한 마을에서 2년 여에 걸친 현지조사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중국 접경지역 관련 주요 조례도 부록으로 첨부했는데, 이 부분도 국내의 연구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 책은 밑으로부터, 주변으로부터 바라보는 국가와 국경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책 속 주요 구절

 

* 현대 국민국가로 진입한 뒤 국경이 명확해지고 정치 강역이 명료해진 후에도 이 지역 내 여러 민족들이 국경을 가로질러 만나는 사회문화경제적 교류는 단절되지 않았고, 글로벌 시장 시스템 구축과 국가 간 지정학적 관계 변화에 따라 변경지역 사람들, 즉 변민(邊民)의 글로벌 이동은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 국경에 걸쳐 살아가는 과계(跨界) 민족의 존재는, 근대 민족국가가 민족을 단위로 구성된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게 민족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국경과 국경 지역이, 민족과 문화와 경제생활이 단절되고 이질적인 것이 접합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민족문화생활 공동체가 인위적으로 나누어진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는 국경을 넘나드는교류와 이동이라고 보기보다, 교류와 이동이 이루어지던 공간, 심지어 하나의 생활공간이던 지역을 인위적으로 나누며 국경이 그어졌다고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논밭에 바치는 헌전(獻田) 의례와 곡혼 신앙은 다이족의 종교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종교신앙은 토지와 사용자 간의 연결을 강화해주며, 종교의례에 대한 국가의 묵인은 토지를 촌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작용도 지닌다. 국민국가에 의한 영토 확정으로 접경지역 국민들의 국가 관념이 고정화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접경지역 소수민족 주민들에게 문화적종교적 자유가 어느 정도 주어짐으로써 땅과의 연계가 심화되고, 이를 통해 토지에 대한 촌민들의 관리와 통제가 강화되는 양상 또한 우리는 볼 수 있었다.

 

* 지방정부가 추진하던 마을 이주계획은 비록 보류되었지만, 누가 마을을 대표할 정당성이 있는가, 마을은 어떻게 통치되어야 하는가, 정치적 합법성은 누구에게 있는가, 다이족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데 대한 토론이 어느 때보다도 공개적으로 격렬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또 마을 말단조직의 정당성과 합법성에 대해 도전하면서 마을 주민들이 더 상급 정부에 호소하는 양상도 볼 수 있었다.

 

* 중국의 이 마을은 라오스 쪽 마을과 불경(佛經) 교류도 하는데, 어떤 불경이 이 쪽 마을엔 없고 국경 너머 마을에 있으면 거기 가서 보고 필사본으로 가지고 오면 곧 경을 구해 오는 것이 된다. 마을사람들은, 라오스의 다이족 마을과 같은 종교이기 때문에 이런 교류가 쉽고 많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라오스의 다이족과 통혼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우리가 현지조사를 할 당시 이 마을에는 라오스 신부가 10여 명이 있었다. 따라서 이 마을과 라오스의 다이족 마을간에는 서로 친척관계가 많이 맺어져 있어서 명절에는 서로 왕래하며 상대 마을의 종교의식에도 쉽게 참여하고 있었다.

 

* 마을을 잘 보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마을사람들 내부에서 특히 연령에 따라 점점 격렬해질 관점 차이는 무엇을 기준으로 토론과 수렴을 해나갈 수 있을까, 점점 통제가 강화되는 국경은 접경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국경을 상당히 자유롭게 드나들며 살아온 변민들에게 있어서 전통은 결코 고정된 의미일 수 없을 터인데, 이런 역동성 속에서 전통의 의미는 어떻게 계속 경합되며 재구성될 것인가, 이런 변경지역 소수민족들에게 국가와 국경은 어떤 의미이며, 또 이들은 국가와 국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우리는 이런 질문들을 안고 앞으로도 계속 연구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