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씨효문청행록>은 30권 30책으로 된 대장편소설로, 100권 100책의 <명주보월빙>과 105권 105책의 <윤하정삼문취록>과 함께 《명주보월빙 연작》을 구성하고 있으면서, 연작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적 총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연작은 그 3부작을 합하면 원문 글자 수가 도합 334만4천여 자(<보월빙>1,485,000, <삼문취록>1,455,000, <청행록>404,000)에 이를 만큼 방대하여, 세계문학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장편서사체인 동시에, 1700년대 말 내지 1800년대 초의 조선조 소설문단의 창작적 역량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작이자, 한국고소설사상 최장편소설로 꼽히고 있다.
양식 면에서, 《명주보월빙 연작》은 중국 송나라를 무대로 하여 윤ㆍ하ㆍ정 3가문의 인물들이 대를 이어 펼쳐가는 삶을 다룬 <보월빙>․<삼문취록>과, 윤문과 연혼가인 엄문의 인물들이 펼쳐가는 삶을 다룬 <청행록>으로 이루어져, 그 외적양식 면에서는 <보월빙>-<삼문취록>-<청행록>으로 이어지는 3부 연작소설이며, 내적양식 면에서는 윤ㆍ하ㆍ정ㆍ엄문이라는 네 가문의 가문사가 축이 되어 전개되는 가문소설이다.
내용면에서 보면, 이 연작에는 모두 787명(<보월빙>275, <삼문취록>399, <청행록>113)에 이르는 엄청난 수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군신ㆍ부자ㆍ부부ㆍ처첩ㆍ형제ㆍ친구 등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을 펼쳐가면서, 충ㆍ효ㆍ열ㆍ화목ㆍ우애ㆍ신의 등의 주제를 내세워, 인륜의 수호와 이상적인 인간 공동체의 유지ㆍ발전을 위한 善的 價値들을 권장하고 있다. 아울러 주동인물군의 삶을 통해 고귀한 혈통ㆍ입신양명ㆍ전지전능한 인간ㆍ일부다처ㆍ오복향수ㆍ이상향의 건설 등과 같은 사대부귀족계급의 현세적 이상을 시현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