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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담과 성주풀이    
저자:최자운
출판일월일:2016년 7월 15일
판형/면:신국판/276면
ISBN:978-89-6071-594-3 9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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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정초 마을굿이 끝난 뒤 마을신의 은혜가 각 가정에 골고루 퍼지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농악대가 서낭기에 서낭신을 받아 그 기를 앞세우고 집돌이를 하였다. 마을의 당산에서 시작하여 공동우물을 거쳐, 각 집의 대문 앞, 우물, 장독대, , 마굿간, 부엌, 대청마루 등을 돌면서 농악대 상쇠는 각 장소에 따른 고사(告祀)소리를 악기 연주와 함께 구연하였다. 본서에서는 지금까지 전국적 규모가 밝혀지지 않은 농악대 고사소리 관련 문헌 및 음반 자료, 현지조사 결과를 정리한 뒤 지역별 특성과 변천 과정, 그리고 오늘날 전승 상황을 살폈다.
농악대 고사소리는 성주굿과 그 외 굿으로 대별할 수 있다. 지역별 성주굿 고사소리를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산세풀이와 액막이타령, 가정 축원으로 구성되는 고사덕담유형, 성주신의 솔씨 뿌림과 집 짓기, 가정 축원으로 노래되는 성주풀이유형, 그리고 앞의 두 유형이 결합되는 혼합유형이 있다. 성주굿 외 다른 장소에서 불리는 소리는 크게 신()을 누르거나 밟자는 것과 기원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것들을 막거나 쫓아내는 벽사(辟邪) 행위는 보통 사람이 아닌, 전문 사제자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마을 농악대는 전문 사제자인 화랭이패 등에 비해 많은 인원으로 구성된다. 마을굿에 보다 많은 인원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섣달의 추운 밤에 행하는 것보다 정초의 낮에 의례를 행하는 것이 용이하다. 이러한 농악대의 사제자로서의 성격 및 많은 인원의 참여 등의 이유로 인해 그믐밤에 액막이 형태로 이루어지던 벽사 의례는 점차 정초 가정 축원의례로 변하게 된다. 요컨대, 세습무집단에서 마을농악대로의 의례 담당층의 변화, 오방지신(五方地神) 관념의 영향 등으로 현재 마을농악대 주재 지신밟기가 형성되었다.
지신밟기의 성격 변화는 농악대 고사소리에 그대로 나타난다. 지신밟기의 목적이 액막이에 있을 때에는 소리 자체가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이때에는 오방지신을 누르거나 혹은 오방신장이 각각의 방위에서 들어오는 액을 막는 내용이 주로 노래되었다. 그러다가 가신(家神) 관념의 확립과 함께 도당굿에서 창우집단에 의해 마련된 산세풀이+축원의 형태에서 고사덕담유형이, 그리고 낙성연 등에서 독경무 및 농악대에 의해 마련된 성주풀이 서사형(敍事形)에서 성주풀이유형이 마련되었다. 그 이후에 의례 담당층 및 상황의 변화로 인해 여러 가지 형태의 고사소리 및 관련 민요가 생겨났다.
지역별 농악대에 의해 행해지는 매굿, 매구, 지신밟기 등은 고대 벽사제의인 매악(韎樂)에서 비롯되었다. 여말선초 그믐에 잡귀잡신을 쫓아내려는 목적으로 행해진 매굿 내에는 집안의 토신(土神), 즉 지신(地神)을 누르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사나 집 수리 등을 잘못하면 지신이 발동하여 화()를 입는다는 인식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본 논의를 통해 고려 후기 및 조선 초기의 지신밟기의 용례를 살피면서 고대 벽사의례와 현재의 지신밟기가 동일선상에서 논의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농악대 고사소리는 지역에 따라 의례 및 공연 속에서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변화된 환경에서 이 소리가 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축귀(逐鬼)와 축원(祝願)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유지하되, 다른 연행갈래와의 적극적인 결합을 통해 레퍼토리를 늘리고 해당 지역축제의 성격에 부합하되 현대화된 사설로 재구성된 고사소리를 연행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