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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금문(上)    
저자:왕휘 저, 곽노봉 역
출판일월일:2013년 12월 31일 발행
판형/면:신국판/394면
ISBN:978-89-6071-351-2 9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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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 606

 
 
본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주시대 금문을 소개한 책입니다. 금문(金文)은 또한 청동기명문(靑銅器銘文)ㆍ종정문(鐘鼎文)ㆍ종정관지(鐘鼎款識)라고도 일컬어지니, 청동기에 주조하거나 새긴 문자입니다. 고대에 ‘금’은 모두 청동을 가리킵니다. 청동 예기에서의 종(鐘)과 정(鼎)은 귀족이 상용하는 귀중한 것으로 종정을 청동기의 별칭으로도 삼습니다. ‘관지(款識)’에서 ‘관’은 오목한 글자이고, ‘지’는 볼록한 글자인데, 새기거나 주조한 문자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명문들은 상나라 사람이 하늘ㆍ선조에 대한 제사, 위에서 아래에게 내리는 상, 왕이 사방 나라에 대한 정벌, 신하에 대한 연회 등을 반영한 것으로 은상시기의 역사문화를 연구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본서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부록의 내용은 만국정(萬國鼎)의 <중국역사기년표(中國歷史紀年表)??(商務印書館, 1978), 고명(高明)의 ??중국고문자학통론(中國古文字學通論)>(北京大學出版社, 1996), 주봉한(朱鳳瀚)의 <고대중국청동기(古代中國靑銅器)>(南開大學出版社, 1995)를 참고하였습니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명문은 그 당시 역사ㆍ정치ㆍ경제ㆍ문화ㆍ풍속ㆍ제도 및 그들의 관념과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단초가 됩니다. 동시에 여기에서 쓰인 글자체는 오늘날 서예의 새로운 서체를 창조하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본서는 다음과 같은 의의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인류 문명의 발생과 당시 생활상 및 역사의 발전을 이해하고, 이를 통하여 더욱 인류의 자부심을 느끼면서 진정한 문화를 향수할 수 있습니다.
둘째, 금문의 정확한 해석을 통하여 고문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역사에서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셋째, 금문은 고대사ㆍ문자학ㆍ역사학ㆍ풍속사ㆍ예속ㆍ서예사 및 기타 영역의 학문에 직접 내지는 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넷째, 금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폭 넓은 지식과 많은 상식을 넓혀주기 때문에 문화인으로써의 긍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다섯째, 서예적 측면에서 볼 때 금문의 조형성은 비록 원시적이기는 하나  현대적 감각과 더욱 통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서체 창작의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의 명저번역에서 본서를 선택한 이유는 금문의 예술적 조형에서 서예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은 서예미학보다는 문자학에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예에서 문자학은 자외공부(字外功夫)로 꼭 필요한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이 방면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기 때문에 번역작업을 수행하기가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마침 박재복 교수의 소개로 ‘동아시아출토문헌연구회’에서 이 방면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뭄에 단비가 내린 듯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동아시아출토문헌연구회’는 동아시아의 출토문헌을 연구하는 순수 학술모임으로 2008년 4월 청동기금문연구회와 2008년 7월 초간윤독회로 출발하여 2011년 2월 동아시아 출토문헌 연구회로 확대 개편하였습니다. 이 모임은 문학ㆍ사학ㆍ철학ㆍ서예 등의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정기적으로 금문과 초간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모임을 통하여 금문에 대한 지식의 습득은 물론이고, 비인기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학문의 진지성과 성실한 학자적 태도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처음 금문을 접할 때 어려웠던 점은 역시 용어에 대한 개념 정리였습니다. 예를 들면, ‘교(喬)’를 ‘교(驕)’로 읽으며 방종을 뜻하고, ‘상(商)’은 ‘상(賞)’으로 읽으며 하사한다는 뜻이고, ‘우(又)’는 ‘우(佑)’로 읽으며 돕는다는 뜻이고, ‘여(余)’는 ‘여(餘)’로 읽으며 나머지라는 뜻이고, ‘사(死)’는 ‘시(尸)’로 읽으며 주관하다는 뜻이고,  ‘부(否)’는 ‘비(丕)’로 읽으며 크다는 뜻이고, ‘각(各)’은 격‘(格)’으로 읽으며 이른다는 뜻이라는 데에 이르러서는 거의 인디언의 언어를 익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설문해자>에서의 종(?[從])을 ‘나왔다.’보다는 ‘구성요소’로 한다는 것과 예정(隸定)은 중국에서 고문자를 원래 결구에 따라 예서체로 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또한 ‘예고정(隸古定)’이라고 하나 이를 ‘무엇으로 쓴다.’보다는 ‘예정한다.’라고 하는 것 등등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