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Home > 도서안내 > 국어국문학

카자흐스탄 고려시인 강태수의 삶과 문학    
저자:조규익, 장준희 지음
출판일월일: 2012년 12월 31일
판형/면:신국판/300면
ISBN:978-89-94138-36-7 94810
판매가격 :
수 량 :


이 글은 「고려일보」 첫 호[1991. 1. 2.]에 실린 것으로 추정되는 한진 기고문의 한 부분이다. 1990년대 초의 상황에 대한 그의 판단은 정확한 것으로 보이며,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그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음은 실제 현지에 가 보면 분명하게 확인된다. 말하자면 이 지역에서 문학어 수준의 고려 말이 이미 종말을 고했음을 한진은 웅변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인 문단의 붕괴!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강 시인이 단순히 시인으로만 그치는 존재는 아니다. 당시 고려인들이 당한 강제이주의 쓰라림에 폭력적 유형(流刑)이란 가중(加重)처벌을 받음으로써 한평생 이중 삼중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 온 경우이기 때문이다. 일제의 압박과 수탈을 피해 고향을 떠나야 했고, 겨우 뿌리를 내린 원동에서 다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했으며, 그곳에서 다시 어처구니없는 죄목으로 동토(凍土)의 땅에 유배되어 수십 년 간 벌목 노동자의 험한 삶을 살아야 했던 그였다. 마음으로부터 존경해마지 않던 조명희를 따라 ‘공산주의의 낙원’ 소련에서 이상을 펴려던 그였으나, 바로 그 체제에 의해 일생 형극(荊棘)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모순을 감내해야 했다. 그 와중에 가족들은 물론 장래를 약속한 연인과 이별해야 했고, 자신이 가꾸어 오던 꿈마저 허공으로 날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연속되는 고난 속에서도 그를 지탱해 준 것은 문학이었다.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통곡하면서도 틈나는 대로 종이쪽에 시를 적고, 소설을 써서 고통을 다독이는 일. 그것만이 절망의 나락으로부터 자신을 구출해줄 유일한 길이었다.
최근 강 시인이 한국 학자들 사이에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그의 특이한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문학으로 형상화 되어 있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이다. 운명이나 역사의 장난으로 돌려 외면하고 말기에는 그의 삶이 지나치게 비참하고 극적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문학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한 그의 문학을 단순한 상상력의 소산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 개인이 당한 역사의 모순이나 부조리가 민족 공동체의 집단적 경험이므로 충실히 되살려 미래에 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 등이 지금 강태수 문학의 전모를 그의 진짜 모국인 한국의 학계에 공개해야 할 이유라고 보는 것이다. 바로 그런 관점에 서야 비로소 문학과 역사기록의 경계에 서 있다고 보는 그의 문학도 빛이 날 수 있는 것이다.